도심 지하터널은 어떻게 만들까? 개착식과 비개착식 공법의 차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상뿐 아니라 지하에도 수많은 교통시설이 지나갑니다.
지하철과 지하도로가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도심의 교통혼잡을 줄이고 지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로와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빌딩과 도로가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 한가운데에서 지하터널은 어떻게 만들까요?
터널이라고 하면 산에 구멍을 뚫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지상에 건물과 도로가 있고 지하에는 상하수도와 전력, 통신, 가스관 등 다양한 시설물이 존재합니다.
교통량도 많기 때문에 장기간 도로를 막고 공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심 지하터널을 건설할 때는 현장의 지반과 터널 깊이, 주변 건물, 교통량, 지하매설물 등을 고려해 적절한 공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해해야 할 방식이 개착식과 비개착식입니다.
개착식 공법이란 무엇일까?
개착식은 말 그대로 지표면에서 땅을 파 내려간 뒤 지하 구조물을 만들고 다시 덮는 방식입니다.
영어로는 Cut and Cover라고 표현합니다.
공사 과정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먼저 공사구간 주변에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막이 구조물을 설치합니다.
이후 지표면에서 아래 방향으로 땅을 굴착합니다.
필요한 깊이까지 굴착하면 바닥과 벽체, 천장 등 지하 구조물을 시공합니다.
구조물이 완성되면 위쪽을 다시 흙으로 되메우고 도로와 보도 등을 복구합니다.
쉽게 말하면
도로 굴착 → 지하 구조물 시공 → 되메우기 → 도로 복구
순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직접 땅을 파기 때문에 비교적 얕은 깊이에 지하 구조물을 만들 때 활용하기 좋은 방식입니다.
지하철역에서 개착식 공법을 사용하는 이유
도심에서 개착식 공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설이 지하철역입니다.
지하철역은 터널보다 공간이 훨씬 넓습니다.
승강장과 대합실, 계단, 엘리베이터, 환기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넓은 지하 공간을 만들 때는 지표면에서 굴착해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노선을 건설할 때 역사는 개착식으로 만들고 역과 역 사이의 터널은 비개착식으로 시공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공법은 현장조건과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개착식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작업공간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표면에서 아래로 굴착하기 때문에 지하 깊은 곳에서 제한된 공간을 이용해 작업하는 것보다 시공과 품질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경우가 있습니다.
터널이나 지하구조물이 비교적 얕은 곳에 있다면 경제성에서도 유리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터널 굴착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일반적인 토목공사 장비와 공법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길이가 짧고 깊이가 얕은 지하차도나 지하철역 같은 구조물에서는 개착식이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에서 땅을 파는 것은 쉽지 않다
개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지상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왕복 8차로 도로 아래에 지하구조물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도로를 굴착하려면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차로를 줄여야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수만 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도로라면 공사기간 동안 교통체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변 상가의 접근성이 나빠질 수도 있고 보행자의 이동에도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음과 진동, 먼지 같은 공사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착식 공법의 경제성을 판단할 때는 단순한 공사비만 볼 수 없습니다.
공사기간 동안 발생하는 교통혼잡과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하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설물이 있다
도심 지하공사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지하매설물입니다.
우리가 도로를 걸어갈 때는 보이지 않지만 지하에는 수많은 시설물이 지나갑니다.
상수도와 하수도, 도시가스관, 전력선, 통신선 등이 대표적입니다.
새로운 지하도로 또는 철도 구조물이 기존 시설과 충돌한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존 시설을 옮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상수도관이나 가스관처럼 중요한 시설을 이설하려면 별도의 설계와 공사가 필요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공사기간과 사업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심 지하공사에서 본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지하매설물 조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비개착식 공법은 무엇일까?
비개착식은 지표면을 대규모로 굴착하지 않고 지하에서 터널이나 통로를 만드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개착식이 위에서 아래로 땅을 열어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비개착식은 필요한 작업구나 터널 입구 등을 확보한 뒤 지하에서 수평 방향으로 굴착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대표적으로 터널 굴착장비를 이용하거나 굴착과 지보를 반복하면서 터널을 만드는 여러 공법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깊은 지하터널을 건설할 때 비개착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지상의 도로와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개착식이라고 지상을 전혀 파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비개착식이라고 해서 지표면을 한 번도 굴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터널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작업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비와 작업자가 지하로 들어가고 굴착한 흙과 암석을 외부로 반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터널이 완성된 뒤에도 환기시설과 비상출구, 연결통로 등 지상과 연결되는 시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개착식은 지표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기보다 터널 본선을 따라 지표면 전체를 길게 굴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TBM은 어떻게 지하터널을 만들까?
비개착식 터널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장비가 TBM입니다.
TBM은 Tunnel Boring Machine의 약자로 대형 터널 굴착장비입니다.
장비 앞부분의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지반이나 암반을 굴착하고 굴착된 토사나 암석을 뒤쪽으로 운반합니다.
장비 종류와 현장조건에 따라 굴착과 동시에 터널 벽을 구성하는 세그먼트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거대한 장비가 지하를 조금씩 전진합니다.
지표면에서는 평소처럼 차량이 이동하고 있는데 수십 미터 아래에서는 거대한 굴착장비가 터널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TBM은 장거리 터널에서 높은 시공 효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장비 제작과 조립, 작업구 확보 등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모든 터널에 TBM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은 아닙니다.
NATM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터널 공법을 설명할 때 NATM이라는 용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NATM은 굴착 후 주변 지반이나 암반이 가진 지지능력을 활용하면서 숏크리트와 록볼트 등으로 굴착면을 보강해 터널을 만들어가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조건에 따라 발파나 기계굴착 등을 이용해 일정 구간을 굴착하고 필요한 지보를 설치하면서 조금씩 전진합니다.
TBM처럼 하나의 대형 원형 굴착장비가 계속 전진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터널의 단면이나 지질조건,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적절한 굴착 및 보강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개착식과 비개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두 방식의 차이는 지표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착식은 지표면에서 땅을 파 내려가 구조물을 만든 뒤 다시 덮습니다.
비개착식은 터널 본선의 지표면을 길게 열지 않고 지하에서 굴착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비교적 얕은 지하구조물에서는 개착식이 유리할 수 있고 깊은 지하를 장거리로 통과해야 하는 터널에서는 비개착식의 장점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하나만으로 공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반조건과 주변 건물, 교통량, 지하수, 지하매설물, 터널 길이와 단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공사비만 보면 개착식이 무조건 저렴할까?
일반적으로 얕은 깊이의 구조물이라면 개착식이 경제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공사구간의 차로를 장기간 통제해야 한다면 교통체증이 발생합니다.
상점 앞을 오랫동안 막아야 한다면 영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하매설물을 여러 개 이설해야 한다면 추가 비용도 발생합니다.
즉 직접적인 건설비는 개착식이 낮더라도 사회 전체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개착식은 초기 공사비가 높더라도 지상의 교통과 도시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도심 터널의 경제성을 공사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하 깊이도 공법 선택에 영향을 준다
터널이 지표면에서 얼마나 깊은 곳을 지나가는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 5~10m 정도에 구조물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정도 깊이라면 현장조건에 따라 지표면에서 굴착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 수십 미터에 장거리 터널을 만들기 위해 지표면에서 전체 구간을 굴착한다면 엄청난 양의 흙을 제거해야 합니다.
흙막이 구조물도 깊어지고 공사범위도 커집니다.
도심 도로를 장기간 차단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깊은 곳을 통과하는 장거리 터널에서는 비개착식의 경제성과 시공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주변 건물이 많으면 더욱 복잡해진다
도심에는 고층빌딩과 아파트, 상가 등 다양한 구조물이 있습니다.
건물 아래에는 기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층건물의 경우 깊은 기초가 지하로 내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터널을 계획할 때 기존 건물 기초와의 관계를 검토해야 합니다.
굴착 과정에서 지반의 움직임이 발생하면 주변 건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도심 터널에서는 굴착 자체뿐 아니라 주변 지반과 구조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계측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지하터널 공사가 단순히 땅속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아닌 이유입니다.
지하수도 중요한 변수다
땅을 파면 흙과 암석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수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굴착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입되면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변 지하수 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개착식에서는 깊은 굴착을 할수록 흙막이와 지하수 관리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비개착식 터널에서도 굴착면으로 물이 유입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터널을 건설하기 전에는 시추와 각종 지반조사를 통해 토질과 암반, 지하수 조건 등을 확인합니다.
이 조사 결과는 터널 위치와 깊이, 공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공사 중 지반침하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도심 지하터널에서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지반침하입니다.
지하를 굴착하면 원래 있던 흙이나 암석 일부를 제거하게 됩니다.
굴착과 지보, 지하수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변 지반에 예상보다 큰 변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바로 위에 도로와 건물이 있기 때문에 작은 지반변화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사 과정에서 지반과 주변 구조물의 변위를 측정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굴착방법이나 보강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계측과 안전관리 역시 도심 지하터널 공사비에 포함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착식과 비개착식의 경제성을 비교하면
가상의 도심 지하도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A안은 지표면에서 도로를 굴착해 지하구조물을 만드는 개착식입니다.
B안은 깊은 지하에서 터널을 굴착하는 비개착식입니다.
A안의 직접 공사비가 5,000억 원이고 B안은 6,00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건설비만 보면 A안이 1,000억 원 저렴합니다.
하지만 A안 때문에 수년 동안 주요 도로의 차로가 감소하고 교통체증이 크게 증가한다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주변 상권과 버스 운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B안은 직접 공사비가 더 높더라도 지상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이처럼 단순한 공사비뿐 아니라 공사기간과 교통처리, 안전성, 주변 환경, 유지관리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개착식과 비개착식, 어느 공법이 더 좋을까?
결론은 어느 하나가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개착식은 비교적 얕은 지하구조물을 만들 때 효율적일 수 있고 작업공간 확보와 시공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 교통과 상권, 지하매설물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개착식은 지표면을 대규모로 굴착하지 않아 도심의 교통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터널이 깊어지고 특수장비와 작업구, 환기 및 안전시설 등이 필요해 사업비가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공법 선택은
터널 깊이
터널 길이
지반과 암반 상태
지하수 조건
주변 건물
교통량
지하매설물
공사기간
건설비와 사회적 비용
등을 함께 검토해 결정해야 합니다.
도심 지하터널은 왜 점점 중요해질까?
대도시에서 지상 공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기존 도로를 계속 넓히려면 주변 건물과 토지를 확보해야 하고 막대한 보상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이미 고밀도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도로를 넓힐 공간 자체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대안 가운데 하나가 지하 공간입니다.
기존 도시 아래에 새로운 교통공간을 만들어 지상의 공간을 크게 바꾸지 않고 추가적인 교통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갈수록 건설비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환기와 방재, 비상대피, 지하수, 주변 구조물 안전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도심 지하터널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넘어 경제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개착식과 비개착식의 차이는 경제성까지 연결된다
도심 지하터널을 이해할 때 개착식과 비개착식의 차이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착식은 지표면에서 땅을 파고 구조물을 만든 뒤 다시 덮는 방식입니다.
비개착식은 터널 본선의 지표면을 대규모로 열지 않고 지하에서 굴착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얕고 짧은 지하구조물에서는 개착식이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깊은 지하를 장거리로 지나가야 하고 지상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비개착식의 장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장 저렴한 공법이 반드시 가장 경제적인 공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사비가 조금 저렴하더라도 수년 동안 교통체증과 주변 상권의 불편을 발생시킨다면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접적인 건설비는 높더라도 지상 교통과 도시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공사할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도심 지하터널 공법을 선택할 때 필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떤 공법이 가장 싸게 터널을 만들 수 있는가?”
가 아닙니다.
“어떤 공법이 안전하게 터널을 만들면서 공사비와 공사기간, 교통혼잡, 주변 건물과 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도심 지하터널 공법 선택의 핵심입니다.
kimhyungil



